2006.4.19
오영준 입니다.
이곳은 마다프라데쉬 주의 ''카주라호' 입니다.
4월 초 고아에서 밤낮으로 쉴새없이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은결과로 꽤나 체력이 돌아 왔습니다.
점섬과 저녁에는 두번씩 먹었군요.
한곳에서 두번시키면 이상하게 볼까봐 레스토랑을 옮겨서 태연히 시켰답니다.
혼자가면 쓸슬한 해안지대는 슬쩍 돌아보기만 하고 기차를 타고 뭄바이로 갑니다.
뭄바이는 인도의 상업수도 입니다. 지평선 너머 끝없이 항구가 펼쳐집니다.
인도 최고의 살인적인 숙소가격. 다른곳의 3배가 넘습니다.
그것도 벼룩이 득시글 합니다. 재빨리 스프레이 구입해서 박멸 시키고 가지고 다니는 방수천으로
침대를 감싸고 잡니다.
온갓 과거 선박의 시대를 회상하는 앤틱 숍이 여행자 거리에서 손짓을 합니다.
자칭 나침판 매니아가 된 저에게 온갓 앤틱한 나침판들이 손짓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몸과 마음이 낫지않은 저에게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질 못합니다.
인도에서 마음의 길을 잃은 겁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무슨 마음으로 여행을 해야하나..'
모르겠더군요.
대충 유네스코 문화유산 엘레펜더 섬을 보고 다시 기차를 탑니다.
다음 도착지는 석굴사원 엘로라 와 아잔타.
역에서 하루는 달려야 합니다.
아직 체력이 안 돌아와 더위속에 가벼운 일사병 증세가 보입니다.
유적은 멋지더군요.
'미쳤어.. 미쳤어..'
이 말밖에 안 나옵니다.
돌산을 90 미터를 수직으로 아래로 파고들어가 만든 사원 앨로라..
집채만한 돌을 깎아 이쑤시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말 인간은 미친 동물 입니다.
용암절벽에 촘촘히 구멍을 파 만든 아잔타.
2000년 전의 벽화가 살아 있습니다.
미리 예상을 하고 가져간 렌턴으로 어두운 동굴에서 그림을 감상했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곳이 많아 아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아잔타 사원 아래에 만들어놓은 조그마한 나무공원에서 인도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며 술레잡기
하고 있지나 옆을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기해라 하며 쳐다보는군요.
'어이.. 당신들도 할수있다고. 뭘 신기하게 봐..'
그래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없죠. 빨리 유적을 보고 기다리는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니까요..
다음은 불교 석탑의 고향 산치..
'어라.. 스리랑카 불교 커뮤니티 숙소가 있네.'
수많은 한글말을 적어놓은 식당보다 몇개월 전 즐겁게 여행했던 스리랑카가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숙소에 머물던 스리랑카 인들과 스리랑카에 대해 쉴새없이 이야기하며 밤을 지세웁니다.
참고로 '산치'는 불교도들의 중요한 곳 입니다. 여관 방명록을 보니 겨울철에는 단체 한국인
방문자가 전체의 80%를 넘는군요.
다시 간이역에서 기차를 타고 카주라호로 향합니다.
30분 가고 지나가는 급행열차를 피해 역에서 20분 기다리는 기차..
우리나라의 비들기호 같습니다.
승객칸에 자리가 없어 화물칸 선반에 매달려 가기도하고, 바퀴벌래가 계속 다리위로 기어오르는
화장실 앞에 쭈그려 앉아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에피소드는 많지만 다 생략하고 한마디만 합니다.
'이런 열차를 타고 혼자 인도를 여행하는 수많은 젊은 한국여자들.. 정말 강인합니다.
딴 나라 여자들은 감히 엄두도 못낼 겁니다.'
기차에 내려 또 하루를 자전거로 달려 도착한 카주라호..
카주라호가 유네스코 등재된 날 이라고 입장료 공짜랍니다.
'아싸!!! 공짜다.. 공짜..'
인도에서 처음으로 비가 퍼붓고 번개가 치지만 상관 안합니다.
방수잠바와 바지와 우산으로 무장하고 유적을 감상합니다.
꽤나 애로틱한 조각이 과연 많이 있습니다.
'아앗.. 저런 포즈가 된단 말인가? 오오..'
이미 다른 유적에서 많이 보아온 것들이라 유명세 만큼 강렬한 인상은 아니지만 볼만 합니다.
다음날..
숙소에 한국말 론리플레닛 가이드북이 있더군요. 손에들고 거리로 나갑니다.
도시 대부분의 상인들은 한국말을 상당히 잘합니다.
어디가나 한국말로 주석을 달아놓은 간판이 눈에 띄고 식당마다 한국말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
'어디가? 친구? 한국인이지?'
'너.. 전라도 마피아 본적있어? 나 작년에 보고왔어.'
아예 한국인을 위한 노트를 만들어서 친해진 한국인에게 글을 남겨달라고 하는 '민수'란 인도인.
'이 사진좀 봐. 나랑 애인하자고 했어. 지금도 자주 전화온다.
나중에 한국에 놀러오랬어.'
씁씁하고 정신 사납습니다.
인도란 아마 일본 관광객보다 한국 관광객이 더 많은 몇몇 안되는 나라줄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쉴새없이 지나가는 관광객을 향해 뛰어다니는 인도인들. 뭐가 바쁜지 빠르게 걸어다니는 관광객들.
그런 광경을 구경하며 론리플래닛을 펼쳐들고 내가 지나온 도시들을 찾아봅니다.
'아니.. 이런좋은곳이 있었네. 아깝다. 못보고 지나쳤으니..'
'어라? 그렇게 썰렁한 곳이 이런 깊은 뜻이?'
'아.. 이렇게 하면 좀더 싸게 할수 있었구나..'
'음.. 여기서 이렇게 갔으면 더 좋았었구나.'
한시간을 탐독하니 내가 힘들게 경험한 것들이 너무나도 쉽게 풀이되어 있습니다.
몸살난 몸을 이끌고 하루종일 수십개의 여관을 찾아다닌 끝에 마음에 들어 3주간 머물렀던 HOTEL REGENT.
첸나이 도시 여관 안내 첫 머리에 떡 나와 있습니다. 허탈합니다.
엄청난 규모의 힌두사원 이었지만 외국인 입장금지라 한시간 내내 사원을 빙빙돌며 어디 안이 보이는곳
없나 찾아다니던 '뿌리'의 자간나 사원.
가이드 북에는 입구에서 10루피 내고 부탁하면 근처건물 옥상에 올라가 볼수 있다고 써 있습니다.
정말 허탈합니다.
너무나도 자세하고 많은 정보.
내가 놓친게 너무 많지않나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을 놓고 멍하니 다시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거리를 구경합니다.
다들 가이드 북에 적힌곳을 찾아 빠르게 걸어 갑니다.
5개월 내내 거의 만나지 못했던 바가지 상인들이 쉴새없이 나에게 물건을 권합니다.
황망한 시선으로 나에게 호기심을 보이던 인도인들은 간데없고 친근하게 한국말을 건네는
인도인 만이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여기는 내가 보고 지나오던 인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는 깨닫습니다.
가이드북은 좋은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주지만 나의 생각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니 인도 모든곳을 가보고 싶고 신기한 이야기 투성이 입니다.
책을 읽기만 해도 인도가 다 이해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행자는 시간이 없죠.
한국인들. 그런 좋은 책을 가지고도 기껏해야 북인도 몇몇곳만 돌 뿐입니다.
그리고는 말 하겠죠. 인도란 이런곳이다.. 라고..
가이드 북을 가지고 HOTEL REGENT에 바로 간 여행자는 모를겁니다.
얼마나 그 호텔이 치엔나이에서 싸고 깨끝한 멋진 곳인지..
역시 '뿌리'에서 10루피 주고 건물에 올라 사원을 구경한 여행자는 모를겁니다.
얼마나 사원을 감싼 성벽이 길고, 그 골목골목 마다 제사용 빵과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이 가득한지..
전 지금도 인도가 잘 이해가 안됩니다.
아니.. 오늘에서야 한 인도인이 해준 이야기를 듣고 조금 이해가 돠었습니다.
'인도를 이해하려는 너가 바보다.
인도는 수많은 민족이 서로다른 언어와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라다.
매일매일 보는 곳이 다 다른데 어떻게 한가지로 보고 이해하려고 하니?'
가이드북을 던져버리고 관광객이 북적북적한 사원이 아닌 인도인이 열심히 기도하는 사원에 다시
가 보았습니다.
지금껏 보아온 수많은 링가 돌 중에 가장 커보이는 링가를 향해 많은 인도인이 절하고 이마를 맞대고 기도합니다.
수많은 민족을 위해 하나의 신 이라고 말하면서도 수많은 이름과 형상으로 표현되는 힌두교의 신.
인도인인 각자의 취항에 따라 신을 선택하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다음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며 기도를 합니다.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관광지 도시에 와서야 5개월만에 인도를 약간 이해할수 있게 되다니..
(사실 이해란 말은 너무나 자만심 많은 말입니다. 10번 인도에 온 사람도 매번 다르게 보이는 나라가
인도 이거든요)
진리의 신은 너무나도 매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자전거 여행이란 너무나 멋진 거구나..'
'앞으로도 사색의 자유를 빼앗고 모든 지식이 내것이 되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가이드 북은 절대
안 사리라..'
인도 좀 알았다고 자랑하는 영준 입니다.
아.. 이 자만감.. 자만감..
그냥 그러러니 해 주십시오.
Posted by Mr.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