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아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안온다.
이 쓰레기 같은 도시에 화나서 이다.
난 현지인을 이해하고?하는 노력을 이렇게 한다.
한 곳에서 며칠 묶을때 식당이나 가계같은 곳을 몇군데 체크한다음 한곳이
괜찮다 싶으면 계속 그곳만 간다.
아침,점심,저녁 내 일굴을 비추고 여러 대화를 즐긴다.
그 나라에 대한 칭찬이나 음식에 대한 칭찬도 아낌없이 늘어 놓는다.
제품의 가격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달라는 대로 주며 이놈이 긴장이 풀어진 척 하는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본다.
지금껏 그래왔고 별 문제 없이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다.
이 도시에서 처음 기분이 상했다.
처음 들린 한 식당.
꽤나 음식을 잘 한다. 나에게 식사는 매우 중요한 여행의 요소이다.
메뉴가 달랑 하나인 인도의 고속도로 식당도 몇주 이고 이용해봤다.
음식 잘 하는지 아닌지는 금방 안다.
게다가 시골의 식당들은 외국인에게 바가지 씌우는 것에 서툴러서 제가격
그대로 받는다.
대충 물가는 다 안다.
이 식당은 관광지라 가격은 좀 비싸지만 먹을만 하다.
3끼를 계속 가주었다.
어제 오전에는 잔돈 없다는 그에게 500루피 주면서 저녁에 올테니 저녁값까지
계산해 달라고 했다.
저녁식사..
그가 권하는 특이한 메뉴를 먹어 주었다.
나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가격에 비해 값이 2배로 뛰었을 뿐이다.
술도 살짝 권해서 먹어 주었다. 당연 술값 청구 되었다.
괜찮다. 관광지니까.. 이해할 수 있다.
단지.. 거스름돈 달라니까 집에 두고 왔단다.
내일오면 주겠단다.
분명히 식사하며 내일 아침에 떠난다고 했다.
'나 돈없어. 방값 내야되. 그리고 나 내일 떠난다고 했잖아..'
한참을 내 눈치를 보더니 어디가서 돈을 가져온다.
기분 나쁘다. 인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난 내 여러 인도에 대한 느낌에 대해 다 털어놓고 이야기 하며 식사한다.
대부분 그런 나에게 이런식으로 대접한 적 없다.
그리고..
자칭 '민수'란 놈..
오늘도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고 있자니 나를보고 옆에 앉는다.
어제 이놈의 공책에 쓰인 한국인의 글을 읽으며 화 많이 났다.
'인도인은 다 호기심 많기만 하고 굶주리고 재미 없는줄 알았는데 '민수'
때문에 생각이 많이 바뀌엇어요'
'한국에 꼭 오라고하고 싶어요. 재미있고 유쾌한 인도인 이에요'
'너.. 너무너무 귀여워. 쪽쪽쪽. 카주라호에 너 보러 금방 다시올께. 꼭 이
도시에 있어야되.'
가끔 냉정한 판단도 있지만 대부분 그런 글귀다.
어린 대학교 여학생이 선물이라고 준 명함사진을 몇장이고 보여주며 이
아이는 지금도 전화해 준다는 둥, 작년에 한국 갔을때 이 아이집에 가
봤다는 둥, 이 아이는 애인하자고 했다는둥 이야기를 늘어놓던 민수.
한국인의 정을 꽤나 잘 이용해 먹는 못된 놈이다.
꼭 한국에 와서 시덥지도 않은 영어실력으로 영어 강사하며 여자들에게
호감을 받아서 하루에 한번 여자를 바꿔가며 잠을 자고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던 서양놈하고 똑같지 않은가..
100여명의 한국인 여자 나체 사진을 자랑삼아 술자리에서 보여줬다던
놈 이야기도 방콕에서 들은적 있다.
얼굴만 인도인이지 머리속은 못된 유럽인 것을 배웠다.
'야.. 난 너가 한국말로 나에게 말 거는거 싫어.
너 한국말 잘하는거 알지만 난 한국말로 너랑 이야기 하기 싫어.
난 이 카주라호 도시 정말 싫어.
이건 인도가 아니야. 느긋하고 호기심 많은 인도인은 다 어디가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국적불명의 사람들 뿐이야.'
'너 나 때문에도 카주라호 싫어?'
'그래.. 카주라호도 싫고 너도 싫어.'
'왜 내가 나뻐? 사람들 다 나 좋다고 했어.
공짜로 오토바이 태워서 여러군데 많이 데려다 줬어. 내가 밥 사준적도
많고 한 여자애가 떠나면서 2000루피 줬는데 돈 필요없다고 안 받았어.'
'돈이 문제가 아니야. 넌 한국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고 있는거야.
널 보고 한국사람 들은 마음을 열고 글을 써주고 한국에 가서 인도는
이렇다고 이야기해.
나도 인도 오기전에는 그말을 믿었어.
너가 보여주는 것은 인도가 아니야. 그리고 한국인이 준 마음을 가지고
떠벌리고 자랑하며 놀고있어.
너가 한국 강남,전라도,제주도 가 봤다는것도 다 거짓말인거 알아.
인도인은 한국비자 거의 안나와.
나..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센터에서 일해봤어.
동양 노동자들 다 낮에는 일하거나 숨어있어. 항상 경찰의 단속을 무서워 해.
비자 있어도 한국 경찰은 너같은 동양인을 수시로 검문해.
두달전에는 한 파키스탄 남자가 외국인 감옥 4층에서 떨어져 죽었어.
비자 만료 지났다고 경찰이 강제로 파키스탄 보내려 했어. 파키스탄 에는
그 사람이 번 돈을 기다리는 가족 있었을 거야.
잘은 모르지만 그사람 자살했을 꺼야.
그게 한국의 현실이야.
아무리 한국 대학생이 초청장 써준다고 해도 너 입국 못해. 난 다 알아..
다시는 한국인의 마음을 가지고 놀지 마.
이야기 하려면 진짜 인도를 알려줘'
그의 지갑은 온갓 한국인의 사진과 명함으로 가득 차있다. 손에는 항상
한국인이 준 무언가를 가지고 놀고있다.
항상 능숙한 말솜씨로 한국인 관광객을 자기맘대로 데리고 노는 그를 여러
인도인 친구들은 부러워 하고 따라다닌다.
읽지는 못하지만 내용은 다 아는 그의 한국말 방명록 공책은 그의 강력한
무기이다.
만나는 한국인마다 그걸 보여준다.
상인들도 그를 부러워하긴 마찬가지 이다.
카주라호에 '민수' 란 이름의 인도인이 셋 있는데 다 자기 따라 지은거란다.
자기가 진짜라나..
한참을 지갑을 뒤지더니 명함 하나를 보여준다.
'그래도 이런 사람도 내 친구가 되었다. 봐!!'
무슨 보일러 회사 사장 명함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차라리 몇주전 지친 나를 붙잡고 늘어지던 호기심 많은 인도인이 더 그리워진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들은 순수한 인도인의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어떤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
이런 도시에 오는 많은 한국인들이 남긴 흔적들이 너무나 나를 아프게 한다.
내가볼때 이 도시에서 정상적인 인도인은 높이 18미터의 링가를 모신
사원에 참배오는 인도인 관광객 뿐인것 같다.
가족사진 찍던 그들을 옆에서 슬쩍 사진찍고 액정화면으로 결과를 보여준
나에게 친구라며 같이 사진찍자고 한사코 부탁하던 사람들..
부끄러워 하던 어린 여자아이, 사진을 보고 방긋 웃던 할머니, 도망가는
나를 끌고와 자기 가족사진에 집어넣던 가장.
내가 5개월간 만나온 인도인 이다.
인도를 여행하고 느낀자.. 나의 글에 의의 있으면 반론하라..
특히 카주라호를 가본 한국인. 꼭 한마디 해라. '민수'는 카주라호의 명물같다.
며칠 있었다면 한번쯤 만나봤을 것이다.
난 이렇게 카주라호를 보고 느꼈다.
서양인 반 인도인 반 이었던 남부 '마마발리푸람'도 이렇지는 않았다.
비교적 한국인이 많았던 '함피'도 이렇지는 않았다.
온갓 것이 뒤섞여 있던 첫 인도의 만남 '콜카타'의 여행자 거리 상인들도
이러지는 않았다.
한국인의 또다른 필수코스인 '자이살메르' 같은곳은 어떨까.. 불안하다.
이래저래 짜증나는 도시의 추억이다.
아.. 새벽 세시다.
내일 6시에 일어나 아그라로 열심히 자전거 페달질을 해야 하는데 죽었다.
< 2006. 4. 21 >
오전 8시에 비스켓 하나 사들고 카주라호를 떠난다. 비스켓은 아침이다.
며칠전 온길을 다시돌아 마호바 역으로 가야한다. 버스가 편하긴 하지만
버스 천장에 자전거를 매달고 간다는것은 역시나 불안한 일이다.
기차역 까지는 65km. 점심때 쯤 도착할 것이다.
카주라호를 벗어난지 2km..
손녀인 듯한 어린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가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한참을 천천히 따라가며 아이를 본다.
눈가에 검은칠을 해서 좀 무서워 보여도 상당히 귀엽다.
내가 따라오는 걸 눈치챈 할아버지가 싱긋 웃는다. 꼬마숙녀는 긴장한지
얼굴을 굳히고 가끔씩만 살짝 웃어준다.
한 할아버지가 끼어든다. 영어를 하시나 보다.
'어디가?'
'마호바요..'
'기차 타려고?'
'네..'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요.. 자전거로 세계여행 중이에요.'
'!!!!!!'
앞서가던 손녀를 태운 할아버지 에게 통역을 해준다.
'아.. 저 청년이 자전거로 셰계여행 한대!!'
영어 하는 할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3자 대화가 이어진다.
갑자기 구룹 투어링이 되어 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할아버지는 소리친다.
'이 청년이 자전거로 세계여행 한다네..'
물론 힌두어다. 내용은 느낌으로 알수있다.
배고프다. 달리면서 사진도 찍고 비스켓을 꺼내 먹으며 손녀에게 하나 건넨다.
멍하니 비스켓을 받아든 있는 손녀.
할아버지가 말한다.
'먹어.. 맛있을거야...'
한참을 망설이다가 야금야금 먹기 시작한다.
나에게 던지는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인사하고 열심히 달려가면 바로 바람을 가르고 따라와서 나를 앞지르는
할아버지와 손녀.
27단 투어링 자전거도 매일 단련된 할아버지의 무단 인도 자전거에는 못 당한다.
숨차는 시늉을 하며 엄지를 치켜들자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할아버지.
내가 익히 보아온 느긋하고 평온한 인도이다.
불과 카주라호를 2km를 벗어나 만난 풍경이다.
일반 여행자는 이 2km의 벽이 너무나도 클 것이다. 가이드 북에는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는 곳.
자전거 여행자와 도보 여행자는 안다.
그 공간에 얼마나 많은 진실된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오토바이 여행자는? 음..
잘 모르겠다. 안 타봐서. 좀 많이 빠르기에 놓치는게 많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10km 남짓을 가다가 할아버지가 한 마을에 멈춘다. 집인가 보다.
아니다. 이내 바람을 가르고 22km 로 달리는 나를 따라오는 할아버지.
손녀가 머뭇거리다가 손을 나에게 내민다.
뭘까?
할아버지가 말한다. '얼른 줘..'
.
.
.
.
고사리 손에 있는것은 5루피 지폐 !!
과자준 답례다!!
눈시울이 뜨겁다.
웃으며 거절하고 계속 같이 달려간다.
손녀는 임무를 완수 하려는듯 5루피 지폐를 손에 꼭 쥐고있다.
행복한.. 정말 행복한 하루이다.
갈림길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속도를 늦춘다. 마호바와 반대로 가시나 보다.
어느틈에 멋진 선글라스를 낀 할아버지 에게 굳게 손을 잡아준 다음
사진을 찍어준다.
손녀에게도 인사할 시간..
아직도 5루피 지폐는 손에 쥐어져 있다. 꼭 주여야 한다는 듯한 표정.
한손으로 받는 척하며 할아버지에게 다시 드린다.
그리고는 손녀의 손을 살포시 잡아준다.
내 손의 절반도 안되는 조그마한 손.
작고 보드라운 손이다.
내가 익히 보며 여행한 부드러운 인도이다.
난 며칠간 이상한 나라에 갔다가 인도로 돌아온 것이다 ..
Posted by Mr.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