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megazine (kor) India - 2006. 10. 21 -

- 인도 여행의 마지막 장 입니다. -

아르메니아를 벗어나 조르지아로 가는 마지막 여정의 끝에서 
한 호텔에 머물며 버너로 커피를 끓여 마시며 새벽 1시에 글을 씁니다.
아.. 춥다. 밖은 영하 11도. 호텔은 물도 안나오고 손바닥 만한 
전기곤로가 난방의 전부. 

글을 쓰다보니 인도가 그리워 집니다.


2006. 9. 16

리시케쉬로 이동 합니다. 참나 인도에 유명한 곳은 다 가게 되는군요. 
(이건 자만 입니다. 인도는 큰 나라 입니다. 못간곳 엄청나게 많습니다)

바야흐로 시기는 요가의 계절. (이랍니다. 요가 선생을 본국에서 몇년간 했었다는 그녀의 말..)

델리에서 리시케쉬로 가는 버스는 세계 여러곳에서 온 수련생들로 북적입니다.
유럽, 남미, 동남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 오는군요.

2006. 9. 23

리시케쉬..
신성한 갠지스 강의 근원지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히말리아 산자락에 위치해 
예로부터 인도의 수많은 성인들이 도를 수련하던 곳입니다.

북적이던 바라나시와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인도인의 마음의 고향중 한곳 입니다.

세계의 유명한 요가선생들은 세계 곳곳에서 요가교육을 하다가 9월이 되면 
이곳인 요가의 고향에 돌아와 추위가 시작되는 12월 까지 강습을 합니다. 
(선진국이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리시케쉬는 신성한 곳이라 육식이 금지되는 곳입니다. 강가 한적한 곳에 숙소를 잡고 
매일 야채로 음식을 해먹으며 그녀는 요가수련에 들어가고 전 매일 
신비한 기가 넘치는 강가를 산책합니다.

요가.. 참 저에게는 생소한 분야 입니다. 
하지만, 보고접한 것으로 전 요가가 인간의 마음의 문을 여는 좋은 수련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도 요가를 권하지만 전 할수가 없습니다.

요가는 좋은 정신 수련 입니다. 그 경지를 느끼면 정말 새로운 정신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러기에 수련을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그 경지를 알게 된다면 저의 자전거 여행이 지속될 수가 없기 때문이죠.
지금 이곳에서 저의 자전거 여행이 멈출수는 없는 겁니다.

그저 매일 갠지스 강의 기운을 받으며 마음을 정진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2006. 10. 1

리시케쉬 근처의 하리월드에 오늘은 가봅니다.
바라나시에 버금가는 힌두교의 성지.
매일 수만명이 이곳에 와 목욕을 하고 밤 6시에 밝히는 신성한 불을 보고 가는 곳입니다. 

힌두교의 본질..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제 이들의 이런 행동을 어렴풋이 이해를 할수 있습니다.

리시케쉬 에서도 매일 밤마다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소망과 타인의 축복을 촛불에 실어 
강물에 떠내려 보내며 인도인들은 기도합니다.

근처의 수많은 기도원 에서는 많은 인도인이 신을 축복하며 자기 수양에 전념합니다.

힌두교는 종교인 동시에 자기수양의 한 방법인 겁니다.
인도인은 수천년간 이런 방식으로 현새의 고통을 이겨내며 삶을 이어 왔습니다.

저도 인도인 다 되었나 봅니다..

2006. 10. 2
오늘은 간디의 생일입니다.
그녀를 요가학원에 데려다 주고 호텔 리셉션에서 신문을 펴드니 간디의 생일을 
축하하는 전면 광고가 눈에 띄입니다.
(많은 요가수업이 호텔 옥상에서 이루어 집니다)

자그마한 체구의 구부정한 몸을 가진 간디.
그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독립 인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인도의 종교문제를 전 인류의 문제로 인식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사회학자..
결국 종교에 사로잡혀 있던 같은 인도인에 의해 쓰러진 비운의 성인.
쓰러지며 그역시 자신이 받들던 인도의 신을 부르짖었습니다.

이 신문속에서 열심히 물레를 돌리는 간디를 보며 그의 인생철학을 되새겨 봅니다.
전 그같이 될수 있을까요? 절대 불가능 이겠죠?

2006. 10 .3 

오늘은 근처의 대도시 '데라둔' 이란곳에 방문 합니다.

그녀는 화학약품을 사용치 않는 자연농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참 팔방미인 
관심도 많은 그녀 입니다.

인도에는 노벨상을 받은 자연농업의 위인이 있습니다.

화학약품과 유전자 변형에 의해 점차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대농업에 맞서서 
자연의 유전자를 보호하고 그 종자를 전 세계와 협력하여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센터가 이곳에 있습니다.

아.. 이것도 저에게는 참 생소한 분야입니다.
농장과 사무실을 들려 '나르단야'란 노벨상 수상자인 여인이 만들어가고 있는 
종자를 받아 기뻐하는 그녀..

그 종자로 저녁에 밥을 해먹는데 솔직히 얼마나 좋은줄은 모르겠네요.
십년, 이십년에 표가나는 것들은 아닐겁니다.

인류의 건강까지 걱정하는 그녀..
과연 내가 그녀와 같이 인생의 발걸음을 같이 할수 있을지 부담되기 까지 합니다.

'아.. 난 인생 헛살았나 보다. 겨우 자전거 여행 하나에 목숨거는 난 
너무 스케일이 작은것 같아.'

2006. 10 .5

어느덧 리시케쉬에 온지도 20일.
그녀의 짐만 들어주고 가겠다는 게 20일을 머물게 되었군요.

뭐.. 예상은 했습니다.

의외로 좋았던 리시케쉬.
매일 직접 밥을 해먹고 기도원에서 명상에 잠기고 갠지스 강의 
정기를 받아 들였습니다.

이제 더 늦추면 파키스탄의 여행이 불가능 해 집니다.
그녀에게 이제 떠날 시간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 이제 진짜 헤어질 시간이구나.'
'그래도 예정보다 꽤 오래 같이 있었네.'
'응..'

'고마워.. 인도에 와서 삶에 소중한 기쁨을 가지게 해 주어서..'
'나야말로.. 자전거 여행에 지친 나에게 넌 다시 힘을 주었어'

'나도 그냥 요가 그만두고 자전거 사서 널 따라갈까?'
'안돼.. 자전거 여행은 고독한 길. 아직 혼자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어. 
혼자 고생을 하며 좀더 많은것을 느끼고 싶어. 넌 이해할 거야.'
'그래.. 그래야 겠지. 나도 요가를 좀더 배워야 해. 이게 
지금 내가 갈 길이야.'

'....'
'....'

'6개월 뒤에는 요가가 끝나겠지?'
'그래.. 6개월 뒤면 넌 어디쯤 가 있을까?'
'잘 모르겠네. 터키쯤이 아닐가?'
'그때면 내가 너의 여행에 합류할 수 있을까?'
'그때면 아마 내가 혼자 보고싶었던 세계를 많이 보았을거야. 
특히 이슬람 세계를 말이지..'

'그때면..'
'그래.. 그때라면 같이할수 있을거야..'

기약없는 약속을 합니다.
6개월 뒤.. 과연 합류를 해서 같이 자전거 여행을 할수 있을까요..

버스에 오르는 나를 배웅하고 요가학원으로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제 짐이있는 다람살라로 향합니다.

여행 처음으로 이별의 아픔을 느껴봅니다. 

또 볼수 있을지..
인생이란 참으로 미래를 알기 힘듭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녀의 뒷모습을 마음속 깊이 세겨 놓습니다.

2006. 10 . 6

다람살라 도착. 참 정겨운 곳입니다.
이제는 여행지가 아니라 제 고향같은 느낌 입니다.

절에서 비구니 스님들 팬티가 민망하게 걸려있는 자전거도 받아오고 
그동안 한국과 폴란드 에서 도착해 있는 소포도 수령 합니다.

3개월 만인가요? 모두들 저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고 보육원 아가들도 
저를 잊지않고 달려와 하늘높이 던져달라고 저에게 기어 오릅니다.

하지만.. 한가지가 안보이네요. 그녀입니다.
다람살라는 변함없이 활기차고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만 
그녀가 안보이니 좀 서운한 느낌이 듭니다.

2006. 10. 7

제가 네팔을 다녀온 기간은 우기 입니다.
다람살라는 다질링 같이 곰팡이 도시가 되어 있었고 제 짐은 
그 곰팡이의 공격으로 만신창이 입니다.

모든 짐을 빨고 널고 정리 합니다.
여행 처음으로 모든 짐을 정리하기 위해 숙소 옥상에 널어봅니다.

'휴.. 내가 이 모든걸 다 짊어지고 1년 넘게 여행했단 말이지..'
어처구니 없고 기가 막힙니다.

말이 필요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전 참 인생의 짐이 무거운 사람 같습니다.

2006. 10. 12

리시케쉬의 숙소에 모르고 남겨놓았던 때밀이를 그녀가 보내 주었습니다.

하하.. 한국인의 필수품인 때밀이.
이거 없으면 여행이 힘듭니다.  때밀이와 함께 여행중 먹으라고 보내준 
여러 음식을 보며 진짜 그녀와 떨어졌음을 실감합니다. 

지금은 겨우 버스로 10시간 거리지만 이제 매일마다 점점 그 거리는 벌어질 겁니다.

2006. 10. 14

자전거 수리 돌입. 분해, 청소, 조립, 점검, 시운전.

무책임하게 떠났던 주인이지만 변함없이 잘 따라주는 자전거 입니다.
주인의 애정이 식었다고 불평하나 안하는 참 묵묵히 날 따라오는 좋은 놈 입니다.

이제 다시 이놈을 타고 먼길을 떠날 준비가 됩니다.

2006. 10. 15
나의 출발을 롯빠 보육원의 페스티벌이 막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온 기증품을 티벳 사람들에게 파는 바자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전 사진사..
이제는 저를 이웃처럼 생각해주는 보육원 아가들의 부모들과 어울려 
물건을 팔고 사진을 찍고 밥을 먹으며 티벳과 한국의 정을 느껴봅니다.

내가 가장 귀여워하는 아가 '텐진 테첸'
이제 부모가 먼저 저에게 아가를 맏겨버립니다.
아빠가 질투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어디서나 나를 발견하면 
아장아장 걸어와 안기는 아기..

이런 티벳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2006. 10. 17

다람살라에 온지도 11일.
역시 무서운 곳입니다.
한번오면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 버립니다. 무의미한 것도 아니고 
의미있게 보내는 시간이라 아쉽지는 않지만 또 다람살라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붙들려 버리는 나를 발견합니다.

이제는 진짜 다람살라를 떠나는 날.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자전거에 축복을 빌어주는 하얀 스카프를 감아줍니다.
괜시리 눈물이 글썽입니다.
또 언제 올수 있을가요.. 과연 달라이 라마 님이 살아계실때 
또한번 이곳을 올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달라이 라마가 계신 곳으로 가서 정문에서 크게 절을 합니다.
'당신 덕분에 인생의 좋은 인연을 이곳에서 만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건강 하세요..'

자전거로 달려 내려오는 내리막길 저너머 다람살라가 점차 희미해 집니다.

2006. 10 .18

파키스탄 으로 가는길은 비교적 순조롭습 니다.
오랫만에 쓰는 근육들이 좀 아우성 칩니다만 금방 적응 되겠죠.

오랫만의 주행인데 트레일러가 약간 말썽이라 자동차 수리소에서 
수리해 가며 파키스탄을 향애 달립니다.

2006. 10. 20

우기인 몬순이 마지막 기승을 부립니다.
퍼붓는 비속을 간만에 라이딩 해봅니다.
이윽고 도착한 '암리차르'

다시 신비한 기운이 넘치는 '골든템플'에 머물고 싶지만 퍼붓는 비속에 
도심으로 가는 길이 모두 막혔습니다.
바퀴가 절반이상 물에 잠기는 도로. 도저히 자전거로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오후 5시에 길을 찾다가 해는 지고 타이어 하나가 더이상  못간다고 하더니 
주저 앉아 버립니다.

체크하니 큼지막한 구멍..
인도가 마지막 선물을 달라고 떼쓰는군요.
수리 불가능한 타이어를 선물로 인도에게 던져주고 오토 릭샤를 잡아타고 
근처 호텔로 이동해 잠자리에 듭니다.

2006. 10. 21

오래동안 나를 붙들었던 인도를 떠나는 날입니다. 시원섭섭 하군요.

인도는 진짜로 사람을 붙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인도를 보고 찾아오지는 않은 저이지만 그 무언가에 붙들려 3개월의 예정이 
10개월이 되었으며 소중한 인연까지 얻었습니다.

국경통과를 위해 인도측 사무실로 가는 길로 들어서며 뒤를 돌아봅니다.

내가 인도에 오기 수천년전 부터 분주히 살아왔던 인도인들은 내가 떠난 
다음에도 수천년 동안 변함없이 살아갈 것입니다.

내가 본 것은 그 인도의 찰나의 시간일 뿐이지만 내 인생의 참 많은것을 
바꾸어 놓을 크나큰 경험 뿐이었습니다.

자.. 다음을 기약하며..

'안녕!! 인도여.. 언제가 될 지 모르나 내 금방 다시 오마..'

그리고..
'안녕!! 내 사랑. 6개월 후에 다시 만날수 있기를!! 
당신의 목표한 인생을 길을 잘 가기를!! 
나도 나의 길을 계속 열심히 달려 갈겁니다.'
둘다 자신의 목표에 충실하면 다시 만날수 있을 거에요.'

자.. 이제 진짜 이슬람의 문명을 자전거로 여행할 시간 입니다.




Posted by Mr. OH

2007/02/26 21:26 2007/02/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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